개인정보유출월간네트워커

민감한 개인정보 동의없이 판매, 정보인권침해소지 높아{/}‘인물정보서비스’ 언론사, 포털의 공익적 역할 망각한 이윤추구

By 2005/09/12 10월 25th, 2016 No Comments

기획

지음

지난달 17일, 홍세화 한겨레신문 기획위원, 변희재 포털피해자를 위한 모임(포피모) 대표 등 10여명은 기자회견을 갖고, 언론사와 포털사이트에서 제공 중인 인물정보 서비스에 대해 집단 소송을 제기하기로 발표했다. 자신의 동의없이 자신의 개인정보를 유료로 판매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개인정보 보호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언론사의 공익적 윤리의식을 각인시키며 학연과 지연을 강조하는 사회풍토에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공동소송을 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각 인물정보 서비스가 보유하고 있는 인물의 수가 많게는 27만명에 이르기 때문에 소액일지라도 위자료 배상 판결이 난다면 언론사와 포털사이트들에게는 큰 충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물정보 서비스, 어떤 것인가
현재 인터넷 상에서 유료로 판매되고 있는 인물정보 데이터베이스는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보유하고 있는 두 가지이다. 이들은 자체 사이트에서 자신의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서 서비스를 하는 동시에, 네이버나 다음 등 포털 사이트에서도 판매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다. (아래 표 참조) 그밖에도 동아닷컴이나 야후 등은 자체 보유 데이터베이스로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인물정보 데이터베이스의 종류>

종류 데이터베이스 규모 판매 제휴 사이트
중앙일보 약 27만명 네이버, 엠파스, 파란, 네이트 등
조선일보 약 16만명 다음, 인크루트 등
동아일보, 연합뉴스, 야후 등 약 5만명 또는 이상 무료 서비스

<인물정보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개인정보 항목>

기본사항 성별, 별칭, 본관, 출생지, 직업, 병역사항, 직장주소, 직장 전화번호, E-MAIL, 개인URL, 본적, 원적, 종교, 결혼기념일,자녀수, 가훈, 생활신조, 주량, 흡연량, 애창곡, 감명 깊었던 책, 존경하는 인물, 좋아하는 음식, 자격면허, 취미, 혈액형,신장/체중, 시력, 인물평 등
학력 초/중/고등학교, 대학교, 대학원 등의 입학년도, 졸업연도 등
경력 공직, 직책, 인사, 사업, 승진, 주요활동 등
가족/지인 부모, 배우자, 자녀 등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들의 이름, 생년월일, 직장 및 직위 등. 그밖에 지인 또는 친한 사람
활동 수상경력, 언론/방송 활동 등
작품 저서, 음반, 예술작품, 관련기사모음 등

이들은 인물정보를 단순제공하는 것을 넘어서, 출신지역, 출신학교, 직업, 소속기관에 따른 검색서비스 뿐만 아니라, 해당 인물과 관련된 다른 인물들의 정보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제공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 변희재 대표는 “우리 사회의 학벌주의와 지역주의를 악용하고 강화하는 것이 인물정보서비스의 주된 용도”라고 잘라 말하기도 했다.

민감한 정보들 개인 동의 없이 판매
인물정보 서비스가 제공하는 개인정보는 매우 다양할뿐더러 내밀한 정보까지 포함되어 있다. 아무리 언론사라고 한들 이러한 세밀한 정보를 어떻게 수집했을까? 분명한 것은 정보주체로부터 직접 수집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집단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10여명의 소송 당사자들은 한결같이 자신은 아무런 정보를 제공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중 일부가 언론사로부터 자신의 정보가 이러저러하게 수록되어 있으니 수정할 내용이나 추가할 내용이 있으면 알려달라는 통지는 받은 적이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개인정보는 기본적으로 개인에게 직접 수집해야 한다는 것은 프라이버시 보호 원칙 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것이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프라이버시 보호와 개인정보의 국제유통에 대한 지침’은 물론이고 내용이 빈약하고 실효성이 없다고 비판받고 있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에서도 첫머리에 밝히고 있는 것이다.
물론, 공익적인 목적으로 공인의 공적인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것이 보통이다. 예를 들어, 시민사회단체가 정치인의 부정부패를 감시하기 위해 정치인의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언론사가 시민의 알권리를 위해서 공인의 개인정보를 취재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언론사와 포털이 판매하고 있는 개인정보들은 취재 목적으로 수집한 것일까? 그렇다고 해도 문제고 아니어도 문제다. 만약에 취재 목적으로 수집한 개인정보를 판매하고 있다면, 이는 명백한 개인정보의 ‘목적 외 이용’으로 불법이다. 반면에 취재 목적으로 수집한 개인정보가 아니라, 이미 언론 등을 통해서 공개되어 있는 개인정보를 단지 취합한 것이라고 해도 문제이다.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 보도를 사명으로 하는 언론사, 그리고 인터넷 상에 공개된 정보를 찾아주는 검색 서비스를 기본으로 하는 포털이 이미 공개된 정보를 판매하는 것이 정당한 일인가?

<조선일보 인물정보서비스의 인물선정기준>

정계 전ㆍ현직 국회의원 등과 기초ㆍ광역 자치 단체장
전ㆍ현직 국회의원 등과 기초ㆍ광역 자치 단체장 전ㆍ현직 장ㆍ차관을 비롯한 4급이상 공무원
교육계 전임강사 이상의 교수, 학·예술원 회원
재계/금융계 기업체 및 금융계 임원
법조계 판ㆍ검사 및 변호사
언론계 기자직(차장급 이상), 비기자직(부장급 이상)
종교계 신부ㆍ목사ㆍ승려 등 주요 성직자 및 종교계 인사
체육계 올림픽ㆍ국제대회 메달리스트와 유명 프로선수ㆍ감독 등 체육인
문화예술계 문학ㆍ음악ㆍ미술 등 문화예술계 인사
연예방송계 탤런트ㆍ영화배우ㆍ가수 등 연예인과 MCㆍ아나운서 등 방송계 종사자
기타 각계 사회단체장 및 연구원, 기타 전문직

정확성, 공정성, 객관성도 의심
한편 정보를 정보주체에게 직접 수집하지 않았다는 것은 그 정확성에도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10여명에 불과한 소송 당사자들 중에서 상당수는 자신의 정보가 정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는 부정확한 정보의 양도 상당히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홍세화 기획의원은 “중앙일보가 홍석현 주미대사(전 중앙일보 사장)의 비리 이력을 싣겠는가?”라고 반문하며, 인물정보의 공정성에 대한 의심을 표현했다.
이 뿐만 아니라 27만명에 이르는 공인들의 선정 기준 자체도 임의적이다. 공인에 대한 정보는 어느 정도 공개할 필요가 있다는 언론사의 주장을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공인은 어떻게 정해지는 것이며, 공인의 개인정보는 어디까지가 공개되어도 되는 공적인 정보인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즉 언론사가 스스로 임의대로 공인을 선정하고, 그러한 공인의 정보를 정보주체의 동의도 없이 수집해서 판매하는 행위는 정당화되기 어렵다. 다음은 조선일보 인물정보서비스에서 제시하고 있는 인물 선정 기준이다.

일각에서는 서비스 자체의 질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유료 정보치고 실속이 없다는 것이다. 우선 제공하는 정보의 양이 턱없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샘플로 제시되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의 인물정보는 거의 모든 항목이 채워져 있지만, 이는 아주 유명한 사람들에 한정된 것이고 상당수의 사람들은 달랑 출신대학과 직업이 1,000원짜리 정보의 전부인 경우도 많았다. 또한 앞서 말한 부정확한 정보의 경우에는 문제가 훨씬 더 심각하다. 심지어 무료로 제공되는 개인정보나 간단한 검색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정보에 비해서 더 나을 것이 없다는 소비자들의 불평도 적잖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주체의 자기정보통제권 보장되어야
이러한 인물정보 서비스는 우리나라의 정보인권 의식을 대변하는 듯하다. 언론사와 포털은 인물정보 데이터베이스를 정보주체에게는 아무런 동의절차도 없이 판매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들이 너무도 당연하게도 ‘내가 수집한 정보는 나의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개인정보는 정보주체의 것이다. 정보인권 단체들은 개인정보 제공에 관한 사전 고지 및 정보주체들의 구체적인 동의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그것도 서비스 제공 자체만 동의를 받을 것이 아니라, 유료 제공 여부, 구체적인 개인정보 항목들 각각의 제공 여부, 서비스 기간 등에 대해서도 정보주체의 선택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본적인 조건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현재의 인물정보 서비스는 중단되는 것이 마땅하다고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2005-09-04